페소 본 에릭사우센, 앙상블 스튜디오 초청 강연 ‘제2의 자연’, ‘대지의 건축’

​​「SPACE(공간)」 2023년 10월호 (통권 671호) ​ 

폴리 하우스(2005) ©Pezo von Ellrichshausen 

음악연구센터(2002) 시공 과정 ©Ensamble Studio​

9월 4일, 페소 본 에릭사우센(공동대표 마우리시오 페소, 소피아 본 에릭사우센)과 앙상블 스튜디오(공동대표 안톤 가르시아 아브릴, 데보라 메사)의 초청 강연이 홍익대학교 홍문관 가람홀에서 개최됐다. 페소 본 에릭사우센은 2002년부터 칠레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건축과 예술의 경계에서 다양한 작업을 선보여왔다. 자연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정제된 기하학의 건축을 구현해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앙상블 스튜디오는 2000년 설립 이래 땅을 화두로 건축과 연구 활동을 병행해왔다. 현대적 기술과 공법을 활용해 역사와 시간성이 응축된 재료를 실험적으로 구축하는 작업들로 알려져 있다. 작업 스타일이 다른 두 팀이지만, 자연과의 관계에 천착해 건축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번 강연에서 두 팀은 각각 ‘제2의 자연’, ‘대지의 건축’을 주제로 스튜디오의 건축 철학을 공유하고, 그러한 철학이 담긴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제2의 자연’을 주제로 발표를 시작한 마우리시오 페소는 건축은 자연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기에 자연에게 말을 건다는 생각으로 건축에 접근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간의 해석과 의도가 개입한 지식의 형태로서 건축은 어느 정도의 인위성을 갖지만, 인간이 자연의 일부이듯 건축 역시도 본질적으로 그렇다는 게 그의 논지다. 이어 소피아 본 에릭사우센은 칠레의 해안가에 자리한 3층 규모의 주택 폴리 하우스(2005)를 예로 들며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서 대칭이라는 요소는 자연의 일부가 되고자 하는 제스처라고 설명했다. 두 강연자는 해안이나 숲속 등 자연과 밀접한 지역에서 설계한 여러 주택 프로젝트의 사진과 도면을 제시하며, 작업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기하학이라는 요소는 단순히 조형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자연과의 관계를 치밀하게 고려한 장치임을 강조했다.

안톤 가르시아 아브릴은 ‘대지의 건축’이라는 주제로 그간 작업해온 프로젝트를 영상과 함께 소개했다. 그는 초기 작업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음악연구센터(2002)를 통해 건축과 지구 사이의 관계를 인식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음악연구센터는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해 화강석을 외장재로 삼았는데, 작업 과정에서 돌을 비롯한 수많은 건축 재료가 채굴이나 채광이라는 행위의 산물임을 깨달았다. 그는 대지 환경과 가까운 재료를 사용해 최소한의 개입으로 짓는 건축이 지구와 조화를 이루는 건축이라 말하며, 건축이 가진 구속적인 조건들에서 벗어나 자연과 직접적인 관계를 형성하려는 시도가 필요한 때라고 역설했다.

강연 후에는 사회를 맡은 박정환(홍익대학교 교수)과 패널로 참여한 유현준(홍익대학교 교수)이 토론을 진행했다. 자연에 대한 해석, 건축과 예술의 관계, 대지에 따른 건축적 접근 등 주제의 연장선에서 다양한 논의가 오갔다. 한편 두 팀은 2023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참여 작가이자, 경기도 양평에 조성 중인 메덩골 정원 설계에도 함께 참여했다.​ (김지아 기자)

출처 :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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